나는 그저 밥 같이 먹을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다. 맛있는 식사를 하며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시시콜콜한 별 거 없는 얘기들, 그리고 마주보며 웃는 그런 표정들. 나는 그런 온기와 애정이 고팠다. 다른 사람의 의도가 어떠하건, 어떠했건 상관이 없다. 내가 느끼는 게 중요했다. 당신의 의도가 어떠하였건 내 마음엔 닿지 않았다. 되려 멀어졌다. 곧 이 감정의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근본적인 외로움. 잊고 있던 근원이 다시 나를 찾아 깨웠다. 유난히도 질긴 연. 익숙하고도 낯선 친숙함.
나에겐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 이걸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모습이 나라고 수만번은 타이르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너무 중요한 이 결손은 나를 텅빈 사람으로 만든다.
영화를 보는데 특유의 감성이 내 숨어있던 약점을 끄집어 내어 나를 자극했다. 내 모습이 꼭 바늘에 터진 물풍선 같았다. 오랜만에 너무 많이 울어 스스로가 이상하게끔 느껴졌다. 그렇게 하염없이 우는데 문득 울렁이던 병실의 침대 시트, 조용한 백색소음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취할 수만 있다면 조금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 있다. 오랫동안 붙든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헛되 기대를 버리기로 했다. 더는 실패하고 죄절하여 나만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싫었다. 이렇게 조금씩 무기력해진다.
오랜만에 소식이 뜸하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제 마지막으로 연락한 지도 모르겠다. 연락을 받았을 때 반가운 마음보다 허탈감이 먼저 들었다. 시절인연이라고, 그 시절에만 유독 친하게 지내다 멀어지는 사이가 있다. 너무 잘 알고 있다. 세상은 그런 수많은 인연들로 구성되고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그런 상실 하나하나에 아직 타격을 입어 사람에게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기대를 안 한다는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었으면 기대를 하지 않을까. 이것도 내 지독한 연민일까?
오늘도 기대하는 내가 싫다. 조금이라도 이 기대에서 벗어나면 좋겠어. 내가 좌절할 일 없게. 그냥 처음부터 혼자라면 기대할 일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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