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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s

2020년의 나

 

새해다.
아무 감흥이 없다가 갑자기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하는 순간이 온다. 지금이 그 순간이다. 이십대 중반이라는 이 애매모호한 나이에 도달한 나는 이전보다 내면적으로 더욱 성숙해야하고 행동 방향도 더욱 조심히 결정해야함을 안다.
하지만 어떻게 성숙해져야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적절한지 모를 뿐이다. 정말 너무 어렵다.
내 주변에 부모님을 제외한 좋은 어른이 있었다면 아마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받고 조언과 활력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나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겪어야하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적당한 가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과정임을 알게 됐다. 곧 나는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러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안정되어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저절로 내 곁으로 몰려 왔다. 적당한 가식으로 인해 내가 얻게 된 장점이었다. 나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내가 동요하지 않으니 그들은 내가 신기했나보다.

어찌보면 적당히 불행한 척 살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단지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만해도 어디야? 좋아하는 일 하나를 하면 꽤 금방 빠져나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우울감이다. 그것은 내게 그리 큰 악의 구렁텅이 같은 장소가 아니다.
그런데 이따금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내 모습을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고 두려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모든 것을 숨길 수는 없다. 오히려 사랑을 하면 내 가식을 드러내어 그 사람으로부터 그동안의 고충을 위로받고 싶어지는데.... 이 역시 애매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런 순간이 과연 내게 올까?
크리스마스의 반짝거리는 전구만 하염없이 볼 수 있는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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