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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tering

Everything’s fuckin’ great




신발장에 모르는 새 구두 한켤레가 놓여져 있던데 누구거더라, 쇼파에서 잠이 들어있던 오빠가 깨우기 싫은 두 눈을 비비며 ‘그거 내 여자친구거야’ 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닥터마틴화를 구석으로부터 꺼내어들어 바닥에 탁! 소리가 나게 놓은 뒤, 왼쪽 발을 사정없이 구겨 넣었다. 우리 집에서 좀 꺼져주라지, 오른쪽 발이 제 주인의 성난 마음을 헤아렸는지 알아서 순순히 깔창 위로 몸을 납작히 엎드렸다. 세상 모든 게 끔찍하다.

Everything is fucking terrible !
별안간 비가 오던 날, 방구석에 틀어박혀 읽은 책 주인공의 대사가 떠올랐다. 세상 모든게 끔찍하다, 그 말은 빗물 위를 저벅저벅 걸어가는 내 발걸음이 속도를 더 붙이기 전에 그만 멈추라고 지시했다. 나는 부드러운 핑크색 털로 수북히 장식된 자켓의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어 마리화나 한 대를 꺼내었다. 내 집 발코니도 아닌 곳에서 약을 하고 있자니 허탄한 웃음이 터졌다. 겁이 많은 내가 바깥에서 혼자 마약을 한다는 건 꽤나 용감하고도 어리석은 일이었다. 쇠상찰 위로 올린 두 손 위로 살포시 고개를 얹었다. 강물이 곡선 모양으로 참 느리게도 움직이는 건, 그 위로 자욱히 깔린 희미한 안개 때문인지 마리화나가 내 두 눈을 감겨온 탓인지 모를 일이었다.




* All the muttering is made by oceo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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