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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tering

no subject 01



우연히 네 손이 내 손 끝자락에 닿았을 때, 내 마음은 이상히도 고동을 쳤다. 그것은 마치 벨의 진동처럼 서서히 울렸고, 마치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제 자리라도 찾은 마냥 내 신체의 넓은 영역가지 점차 번져갔다. 너는 자리를 찾아 돌아갔고 나는 이상묘미한 감정을 숨기며 내 작은 다이어리를 서랍으로부터 꺼내어 두었다. 지친 네 몸은 피곤함을 증명하듯 쇼파 위로 추욱 늘어졌다. 나는 곧 펜을 꺼내어 잡았고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청록색 펜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온 방안을 자장가처럼 울린다.

네가 풍기는 노곤함과 예민함이 때로는 내게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난 너를 등지고 있던 몸을 돌려 가만히 잠자고 있는 너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금쯤 넌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아마 삶이 너무 지친 나머지 꿈조차 꾸고 있지 않을지도, 나는 다시 펜을 끄적였다.

언젠가 네가 내게 준 초콜릿을 기억한다. 나에게 이제 힘든 일은 없을 거라며, 오늘의 지친 나를 위로하기위해 주는 선물이라며 자신있게 네가 내민 하트와 별모양의 초콜릿. 어쩌면 그건 너에게 필요했을지도 모를 위로였을텐데.

긴 밤이 지나가고 있다.
나는 펜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네가 몸을 누인 쇼파 위로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걸어간다. 턱을 쇼파 위에 괴고 그렇게 가만히 있는데, 별안간 네가 투정으로 들리는 잠꼬대를 했다.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몇갈래로 헝클어진 네 갈색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여운 녀석, 난 조심스레 네 콧등에 입을 맞춘다.

‘잘 자, 오늘도....’





*written by oceo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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