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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tering

좋은 꿈 꿔

Written by oceonpark

네가 지금까지 내 곁에 있었다면 난 희망을 잃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 속에 너란, 부드러운 반곱슬머리에 엉뚱한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따금 내가 공상에 젖은 헛소리를 할 때면 그저 가만히 듣다가 웃고 넘길 법한 그런 사람. 나는 너의 그런 여유가 좋았다. 언젠가 내가 슬플 때에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날 대할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너는 서서히 나의 그러한 신의와 기대를 저버렸다. 내가 우울해 하자 너는 처음에는 다정한 말로 나의 가라앉은 기운을 복돋아 주다가, 그것이 반복되니 넌 내 우울이 널 집어 삼킬 것 같다며 짜증을 냈다. 그 때 내가 본 네 표정이란 마치 내가 심연같은 내 우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와 비슷했다. 몹시 지치고 화가 나 보였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아, 너도 날 떠나려는 거구나.

네가 떠나자 난 꼭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공허함을 감추니 밝음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많이 웃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풍겨오는 날 좋아했다. 참 이상하지. 내 우울은 아직 그대로인데, 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나를 좋아해줄까? 내 속에서 매캐한 연기가 부글부글 피어 올랐다. 그리고 난 보았다. 그 속에서 반짝이는 너의 녹색 두 눈을. 내가 보고싶어하는, 그리워하는 그 눈을.

언젠가 널 다시 보게 된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난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네가 한번이라도 힘들어하는 내게 달려와 날 안아주길 바랬다고. 네 따스한 손과 웃음, 그리고 너의 순수한 미소가 내게 너무 위로가 되었다고, 그렇게 이 몇마디를 소중한 너에게 전하며 난 세상을 떠나겠다고.

널 아주 많이 좋아했어,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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