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마지막 휴양지, 신분 상승

지붕킥 review

 

 

이지훈 황정음 에피소드가 좋아서 기분 좋게 지붕킥을 정주행하다가도

신세경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하거나 마지막화의 그 자동차 장면이 떠오르면 너무 우울해진다.

그래서 웬만하면 마지막회는 보지 않는다.

나만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난 마지막 장면에서 사실적으로 들리는 빗소리와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무섭다.

시트콤이 아니라 갑자기 다큐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마지막에 아무 효과, 음향도 없이 정지되면서 끝나는 장면은 정말 소름끼친다....ㅋㅋㅋ

 

신세경이 차 안에서 이지훈에게 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아저씨를 많이 좋아했지만 내 처지를 보니까 스스로가 너무 비참하고 불쌍했다고,

어렸을 때 지붕킥을 봤을 때는 몰랐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보니 신세경의 대사가 너무 공감되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내가 마지막회를 싫어하는 이유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결말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대학 입학- 취업- 결혼- 노후

언젠가부터 이 네 단계가 내 인생을 결정하는 전부라는 생각을 했다.

난 내 인생을 물 흐르는 듯이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는데, 나도 어느새 이 '단계' 에 집착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사회의 경계선은 내 노력으로도 허물 수 없어서 난 절망했다.

아마 그 때의 나 또한 신세경처럼 비참했으리라 자부한다.

 

 

신세경 뿐만 아니라 황정음 캐릭터 역시 너무 현실적이다.

23살 하위권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집안 좋은 의사 남자친구를 사귄다...?

이건 좀 비현실적이지만(드문 경우) 회차가 거듭할 수록 황정음 역시 현실적인 캐릭터로 변화한다.

취직이 안되는 자신의 현실과 집안이 기울어짐 등의 암울한 상황이 겹쳐서 결국엔 이지훈과의 연애를 그만두고 싶어하는데...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음에 나는 ‘아 나도 이제 컸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이지훈이 아무것도 할 필요없이 결혼만 해주면 된다고 해도 황정음에게는 그 말 자체가 부담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 같다. 특히나 무언가를 자신의 손으로 이루고 싶어하는 여자라면.. 그렇다고 이지훈이 황정음에게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집안 환경과 대학 타이틀의 차이가 이들에게 큰 장애물이 되고 결국 둘은 헤어졌다. 헤어진 이유를 이해하고도 남아서 솔직히 슬프고 짜증난다..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은 현실이고 그래서 자신의 급과 비슷한 급의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 (난 이 '급' 이라는 단어도 싫다)

급이 다르면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에 자신의 급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하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것.

신분 상승은 어렵다는 것.

신분 상승을 하려면 자신의 큰 일부분을 버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참 세상은 요지경이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Skins Rise  (0) 2020.01.05
Skins 3  (0) 2019.12.31
작업실 보다가 넋두리  (0) 2019.12.06
작업실 내가 을매나 좋아했는데......  (0) 2019.11.18
Brokeback Mountain  (0) 2019.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