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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tering

Heath,



시작은 아주 단순하고 복잡했다.
히스는 어떤 멍청한 놈이 건 내기를 도와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밴드 이야기를 기점으로 대화를 걸어왔고, 어리석게도 나는 능글거리거도 사고뭉치로 소문이 난 그 녀석을 떨쳐내는데 실패했다.


아, 그러나 그는 그렇게 유별난 녀석이 아니었다.
장기를 팔았다는 대단한 소문은 그저 입에서 입으로 무성히 자라올란 한낱 소문거리에 불과했다. 당사자에게 그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을까!
하지만 그가 내게 직접 밝히길, 그 터무니없는 소문들 중 하나만은 진실이라했다. 바로 그의 사투리의 출처가 호주라는 것.


알록달록한 물풍선들이 우리 사이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다녔다. 얼굴과 몸에는 색색의 물감 방울이 마구 튀었다. 노란색과 초록색의 물감으로 흠뻑 젖은 그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아주 재밌게 볼만했다. 내가 그 모습을 보며 웃자 히스는 얄밉게도 자신이 몰래 숨겨 두었던 마지막 물풍선을 내게 집어 던졌다.


그는 내가 귀엽다고 했다.
내 성격에 그건 매우 낯간지러운 말이었지만 그 말은 언제나 듣기가 좋았다. 아마 히스가 아닌 다른 남자가 말했더라면, 나는 그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을지도.


나를 좋아한다는 말이 고작 내기에서 비롯된 말이었다니속에서 분노와 화가 마구 차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붙잡고 히스가 말했다. 자신은 돈에 관심이 없다며,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고.


멍청한 히스가 자꾸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지각하는 버릇을 못고쳐서 뒤늦게 교실에 짠 하고 나타나 내가 눈길을 주게 만들다니, 걔는 정말 빌어먹을 나쁜 자식이다.

내가 널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나는 네가 하는 말도, 머리 모양도 싫어.
차를 모는 방법도 싫고 나를 쳐다보는 눈빛도 싫어.
무식하게 큰 장화도 싫고, 내 속을 들여다 보는 것도 싫어.
날 아프게 하는 네가 정말 싫어.
그것이 이 시를 쓰게 했지.
네가 진실을 말해도 싫고, 거짓말을 해도 싫어.
날 웃겨도 싫지만, 울릴 땐 더 싫어.
곁에 없는 것도 싫고, 전화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싫어.
그 중에서도 가장 싫은 건, 네가 싫지 않은 거야.
하나도, 정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나쁜 놈, 그가 꽤 오랫동안 날 분명히 응시했다.
원하는 대학도 가게 됐는데 이렇게나 마음이 아프다니, 참 별일이다.


깜짝이야!
차석에는 보란듯이 기타 하나가 올려져 있다.
팬더 스트랫? 내가 그동안 사고 싶었던 건데.
곧바로 내 뒤로 익숙한 향수향이 나고, 뒤를 돌아본 곳엔 그 나쁜 자식이 버젓이 서있다.
어떤 꼴통이 준 돈으로 산 기타라며, 실패한 이유는 내게 정말로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이 올라 죽겠는데, 이 능구렁이같이 예쁘게 웃는 남자를 보며 내가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나쁜 자식, 실수할 때마다 기타로 때우면 안 돼.






* Written by me, missing H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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