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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tering

끝은 공허



“넌 처음부터 특별했고, 비밀이 많았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냥, 그냥 알아.
네 눈은 언제나 공허한 슬픔에 서려있어.”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공허, 공허라.
그리고 공허한 슬픔이라.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나를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시켜버렸구나. 난 옴짝달싹도 할 수 없이...
몸을 움직일 새도 없이, 곧 공허한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망측해.”
“대체 뭐가?” 그가 이해가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나는 망측했다.
내 자신이, 이런 내 꼴이. 내 공허함과 슬픔은 그가 채워줄 수 없다.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오랫동안 누군가의 온기를 갈망해왔다는 것과 정처없이 떠도는 생활로부터 안식을 찾고 싶어했다는 것을.

난 화가 나는 것이다.
도무지 이유를 몰라하는 그가 아닌, 나 자신에게 화가 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이 곳을 떠날거야.”

나는 가방을 어깨에 맸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그가 나를 붙잡았다.
잡은 손길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뒤 돌아보지 않을거다.
마음을 주지 않을거다.
털끝 하나의 시선도, 작은 정도 주지 않을거다.
내 삶은 원래 이래. 원래부터 쓸쓸한거야.
근원적인 쓸쓸함,
내면의 공허,
공허를 둘러싼 슬픔.
이런 인간도 있는거야.
넌 모르겠지만, 나같은 인간도 세상에 존재하며 누구도 모르게 쓸쓸히 살아가는거야.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쓰다,
입 안이 타들어간다.



*Written by oceo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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