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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the reader

추천으로 본 영화 ‘ 책 읽어주는 남자 ‘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영화였다.


결말에 가까워지는 부분,
노인이 된 한나를 찾아온 마이클은 그동안 수용소에서
한나가 죄를 깨우쳤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돌아오는 한나의 대답은 마이클에게 실망으로 다가왔다. 20년 수감생활동안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아니 느낄 생각조차 하지않았던 한나. 마이클은 그녀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수감소를 떠난다.


그러나 한나는 예전과는 달리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는 마이클에게 실망했다. 아마 한나는 마이클이 보내는 테이프를 받으며 그가 아직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예전처럼 사랑해주리라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이클은 자신의 손을 잠시 잡았다가 놓아버렸고, 과거에 대해 생각하냐는 질문은 연인이였던 그들의 행복한 과거가 아닌, 아우슈비츠 감시일을 했던 그녀의 죄의 무게에 관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한 한나는 마이클을 위해 읽었던 책들을 밟고 올라 자살한다.

유언장에 한나는 마이클에게 안부를 전하고,
자신이 모은 돈을 아우슈비츠 피해자에게 전해달라는 말을 남긴다. 사실 나는 한나가 정말로 죄를 반성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 돈을 피해자에게 준 것으로 보면 헷갈리지만 ) 면회 때 마이클을 볼 때까지만 해도 전혀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급전개로 유산을 줘서.... 한나가 자살한 이유는 마이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었던 탓이 큰 것 같다. 한나의 인생은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까지 줄곧 마이클이었기 때문에.



중년이 된 마이클이 한나를 대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한나를 사랑한만큼 한나의 죄에 대한 실망과 그에 따른 방황감이 컸던 마이클은 더이상 예전처럼 한나를 대할 수 없다. 마이클에겐 한나라는 여인이 자신의 삶에서 ‘ 긍정적인 ‘ 관점으로 중심이었지만, 그녀의 죄를 안 이후부터는 한나라는 인간과, 그녀의 죄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축이 되었다. 한나를 너무 사랑했던 마이클은 그녀와 헤어진 이후로 제대로된 사랑도 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는 그녀의 죄와 그녀와 나누었던 사랑 사이에서 혼돈하며 한나를 회상하며 살아왔지만, 마침내 그녀와 맞닿았을 때 느낀 감정은 이성적이었다. 마이클은 한나를 사랑했던 여인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고 있었다.

외설적이라고만 생각한 영화였는데,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닌 영화였다. 마이클과 한나의 삶이 차분하고 암담했다.

문맹인 한나가 글을 읽을 수 있었다면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 이야기를 좋아하고 아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우는 모습이 그렇게도 순수했는데, 너무도 큰 죄를 당연하게 해야할 일이라서 했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게다가 마이클은 어린 시절 느꼈던 사랑을 중년이 될 때까지도 잊지 못하고 후유증으로 안고가는 모습이 비극적이었다. 어떤 일은 참 예상보다 사람의 인생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구나, 하고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무섭고 암담하다.



+ 영화 색감이랑 마이클 착장이 이뻐서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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